모래의 도시

 

이야기 <모래의 도시>

 

어그적 어그적 

식사하던 도중 빵에서 모래가 씹힙니다.

이윽고 그것은 점점 더 심해져서,

마치 빵 전체가 모래인 것 같습니다.

 

뭐야 이게?

 

청년은 빵을 뱉어버리고

다른 것을 입에 넣었습니다.

잠시 후, 그는 깨달았습니다.  

 

빵 뿐이 아니라

이제는 그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에서

모래가루가 날리고 있었습니다.

빵에서도, 그릇에서도, 의자나 건물에서도

모래 부스러기가 부스스 떨어졌습니다.

마치 그가 만지는 것들이 모두 모래로 변해버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는 건물 밖으로 나와 거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문득 그는 깨달았습니다.

자기를 제외한 세상 모두가 모래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자

더 분명해 보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그들의 입에서 모래가 쏟아지는 것이 보입니다.

이 사람도, 저 사람도

하나같이 입에서 모래를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외로웠습니다.  

주변 누구에게서도 생기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세상 어느 곳을 찾아가야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는 외로웠습니다.

 

한참을 사람을 찾아 헤멘 그는

하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구했습니다.

" 저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 모래의 세상은 너무도 외롭습니다.

어디를 가야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까? "

 

그러자 하나님께서 말하셨습니다.

-네가 사람을 낳으면, 그가 네가 만날 수 있는 첫 사람이 될 것이다.

 

사람이 물었습니다.

" 그렇다면 제가 여자와 결혼해 사람을 낳으면 되는 것입니까? "

 

그러자 하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 너는 낳을 수 있다.

너는 수 많은 것들을 만들 수 있고, 또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네게서 나온 것은 모두

모래인형이거나

모래더미이거나

모래집에 불과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네가 모래이기 때문이다. 네게서 나오는 것은 모두 모래이다.

사람에게서는 사람이, 모래에게서는 모래가 나온다.

 

사람은 놀라며 물었습니다.

"... 그 말씀은 저 또한 모래인형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

하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다만, 내가 너를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면, 너는 사람을 낳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비로소 자신이 모래인형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모래인형이 말했습니다.

 " 주님, 그렇다면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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