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옛날에
궁내대신, 포도대장, 내시가 있었습니다.
궁내대신은 궁을 다스리고
왕의 행사를 준비합니다.
포도대장은 법을 준행하고
왕의 죄수들을 잡아들입니다.
내시는 왕의 곁에서
그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살핍니다.
2
왕의 생일날이 다가왔습니다.
모두 잔치 준비에 바빴습니다.
그런데 왕이 사라졌습니다.
모두들 왕을 찾느라 성과 주변을 샅샅이 찾았지만,
아무도 왕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궁내대신과 포도대장과 내시가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궁내대신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내겐 관리해야 할 건물과 사람들이 있는걸,
나는 왕이 돌아오실 때까지
이것들을 잘 관리하겠어’
궁내대신은 이렇게 말하고는
자기 처소로 물러갔습니다.
포도대장도 입을 열었습니다.
‘내겐 수호해야 할 법이 있는걸,
나는 왕이 돌아오실 때까지
이것들을 잘 준행하겠어’
포도대장은 이렇게 말하고는
자기 처소로 물러갔습니다.
하지만 내시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내시가 말했습니다.
“나는 나의 왕이 내 곁에 계시지 않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걸.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너희들은 부자이지만, 나는 가난해.”
내시는 이 말을 남기고는
왕을 찾아 떠났습니다.
3
내시는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이 마을 저 마을을 찾아다녔습니다.
그의 옷은 낡아 이전의 광채를 잃었고,
신발은 닳고 닳아 헤어졌습니다.
얼굴에는 먼지와 함께 뭉개진 땀이 흘렀고
손톱 밑에는 까맣게 때가 꼈습니다.
그는 마침내 어느 작은 오두막에 이르렀습니다.
그 곳에는 왕이 계셨습니다.
왕이 내시를 마중 나와 안으며 말씀하였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였구나,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나를 꿈꾸었으니
나를 상급으로 받으라>
그러자 내시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습니다.
<당신이 기쁘시다면, 저도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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