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십자가 처형을 당하던 날

예수가 십자가 처형을 당하던 날

눅23:26~56


그 순간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무대에 선 것 같이

그들의 행함으로 자신의 실존을 드러내었다. 


그들은 개별자였지만 그들은 별개의 것이 아닌

한 인류 안에, 하나의 사태에, 한 인격 안에 있는 

어떤 복합적인 것을 끄집어 내어 펼쳐보인 하나의 그림이었다.

구원의 여정을 밟는 모든 이들의 심령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칠 가능태들을 보여줌과 동시에

둘째 아담이 첫째 아담을 사랑함을 내보이기 위해 기획된,

전체가 한 편의 극이었다. 


*

구레네 사람 시몬:

그는 자신의 원함과 상관없이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그를 따르었다. 

예수의 십자가는 

원하는 자도 아니요 달음박질 하는 자도 아닌

그저 당신이 택한 한 사람에게

함께 질 기회가 주어졌다. 


둘째 아담은 첫째 아담을 위한 사랑의 멍에를 지었고

첫째 아담은 둘째 아담의 수고를 나누어 지었다. 

(첫째 아담은 영문을 알지 못했으나, 둘째 아담은 그에게 최소한의 것을 나누어 지게 하셨다)

그는 이로써 친구가 되셨다. 

그는 훗날을 위해 이렇게 사랑하셨다. 


부활 이전에는 당신이 지셨던 멍에의 의미를 모른채 함께 지었지만,

부활 이후에는 당신이 지셨던 멍에의 의미를 깨닫고 함께 질 터이었다. 


*

두 죄인:

그들이 다른 인간들 보다 더 많은 죄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은 처형당할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없었더라도 상관 없다)

그러나 예수가 홀로 달린 것이 아니라 죄인들과 함께 처형된 것은

그 세명을 통해 아담이래로 인간 실존이 처한 상황을 하나의 사건으로 압축해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로 말미암아 개별자로 십자가에 달렸지만

인류가 그 십자가 위에 있었다. 

그 곳은 여느 147번째, 148번째의 십자가 처형이 아니었다.

단 한 번의 예비심판

마지막에 있을 "하나님의 심판대"를 미리 보는 곳이었다. 


예수와 두 인류가 십자가 위에 있었다. 


*

예수를 위해 울던 여인들:

그들은 예수를 위해 울었지만

예수는 그들에게 말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 자녀를 위해 울라."

그 순간에 진정으로 불쌍한 자는 

예비 심판(최후 심판과 동등하지만)을 받고 있는 예수가 아니라 

최후 심판이 예정되어 있으나 그 것을 피할 길이 없는 우리임을

예수는 알고 계셨고, 그것을 긍휼히 여기셨다. 

(오히려 당사자인 우리 스스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그 사실을 이해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그 조차도 모두에게 허락된 것은 아니었다.)


울고 있던 자들은 그 순간의 주인공이 아니었고

다만 앞으로 자신들의 삶에서 예수가 맞았던 그 순간을 맞게 될 그런 자들이었다. 


그는 우리를 위해 한 길을 내셨다. 


*

예수를 조롱했던 로마 병사들: 

이들은 예수를 위해 울었던 자들과 마찬가지로

그 자리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심판을 받는 자는 두 죄인이었고, 구레네 사람 시몬은 십자가를 함께 짐으로 그 사건에 참예되었다. 

그들은 두 관객 중 한 부류였다. 

예수의 주 되심을 인정했던 관객들과, 예수의 주 되심을 부정했던 관객들이었다. 

"그는 진정 의로운 자였음이로다"

그들의 고백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대로 진술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들 자신은 참예되지 못한 채 머물고 마는

그런 고백이었다. 



*

결론: 예수와 두 인류

한 죄인이 그분께 말하였다. 

우리는 우리 죄로 말미암아 당연한 벌을 받는 것이나

당신은 아무 죄 없으심에도 벌을 받으십니다. 

당신의 나라에 이르실 때에 나를 기억하여 주옵소서. 


전두표가 전두표의 죄됨을 인하여서는 당신의 나라가 허락되지 않으오나

당신의 죽으심과 당신의 사랑하심을 인하여서

당신의 친구가 되는 것을 제게 허락하셨습니다. 


당신의 죽으심은 1/n 만큼 내게 효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나만을 위해 죽으셨습니다. 

어그러진 자로 당신 앞에 세우시기 위해

씻으시고 닦으시고 고치셨습니다. 

내가 나의 품성을 인하여서는 당신께 다다를 수 없지만

당신의 사랑을 기억함을 인하여서는 내가 당신의 십자가를 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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