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A 민이B 에피소드

최근 회사에서 있었던 재미 있는 에피소드 하나!! (독자들은 이런 것에 흥미가 있다고 들었다.) 자. 경향게임스 가족들이라면 아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는가? 8월말 회사에 신입사원이 한 명 들어왔다. 이름은 편의상 우리 회사 타이틀 타임앤테일즈의 주인공 ‘민이’ 라고 하겠다. 우리 회사도 여느 회사들과 같이 주로 인트라넷이라는 사내 사이트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는데, 다음은 인트라넷 공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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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업팀에 ‘민이’씨 입사 이후로 군주 국내 개발팀 ‘민이’팀장과 이름이 같아 인트라넷 게시판 글 식별 등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관계로 다음과 같이 인트라넷 이름표기 변경을 웹 개발팀에 의뢰했습니다.
군주 국내 개발팀 팀장 ‘민이’ = 민이A
글로벌 사업팀 ‘민이’ = 민이B
다른 특별한 의견 없으시면 이대로 진행이 되겠습니다. 본인의 이름이 온전히 표기되지 않아 송구스러우나 업무의 명확성을 위해 넓은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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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돌이켜 볼 때,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로 출석부에서 A, B로 구분되어 불려지던 친구가 이를 못마땅하게 받아들이던 생각이 나서 한마디 거들었다. 이어서 달린 리플들은 가히 경이롭고, 놀랍고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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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곤 : A, B로 구별하지 말고 한자 표기가 가능하다면(또 한자 표기가 두 분이 서로 다르다면..) 한자로 표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A, B로 식별 당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지 글 작성자 : 별다른 의견이 나왔군요. 한문이 가능한지 알아보겠습니다
개발자2 : 한문 찬성합니다.
민이 : 장난 안치겠습니다 ㅠㅠ 한번만 용서해주세요...(사실 업무상 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개발자3 : 두 분만 한자로 표기 하는 거죠?? 전 직원의 한자 표기화하면....흐흐
해외마케터1 : 전 한자 표기화 찬성--; <- 참고로 이 직원은 한문이 능통한 직원임(편집자 주)
공지 글 작성자 : 민이民 이렇게 한글자만 따로 표기 하자는 것이 별다른 의견 제안자의 생각입니다
공지 글 작성자 : 음…한자도 같군요 (한참 후 이 사실을 알았다. 하필 한자도 같다니)
민이 : 나 안해 안해 안해. 그냥 냅두죠? ㅋㅋ
해외마케터1 : 전 민이 팀장님과 민이씨로 부르겠습니다^^
마케터1 : 띄어쓰기 식별법은 어떨까요? 원조 민이는 민이, 새로운 민이는 민 이
민이 : 구형 민이라는 말이 안 나온게 다행.^^;;
개발자4 : 도트 글씨로 아주 작게 [국내] [글로벌]이라고 써서 이름 오른쪽 윗부분에 음, 그러니까 워드나 한글의 위 첨자 형식으로 붙여 주는 것이 이쁘긴 하겠지만... 좀 힘들려나;;
개발자4 : 그런데 이렇게 쓰면 국산 이건, 외제 이건 이러고 다들 놀리시려고 할 것 같아서 덜덜... 성함 갖고 장난쳐서 죄송합니다. (__);;;
민이 : 간만에 울컥했습니다.
공지 글 작성자 : 두 분이 합의 했습니다. 민이 팀장은 혈액형이 A, 민이씨는 혈액형이 B.. 그래서 민이A 민이B로 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팀 개발자 :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또 다른 팀 개발자 : 호오 그럴싸한데요? 꺄하하하하하하ㅠ.ㅠ..아놔 ..웃겨.(데굴데굴데굴데굴)
관리팀직원 : 결국은 A, B로 돌아왔네요!ㅋㅋㅋ
민이 : 국산 민이 외제 민이, 이거 왠지 소고기 취급 당한거 같아요 ^^ ㅋㅋㅋ
다른 팀 개발자 : “이제 국내산 맞죠?”가 아니라 “한우 맞죠?”라고 물어보세요-손범수- 쿨럭
마케터2 : 또 한 분의 민이씨가 들어오면 민이C 가 아니라 민이O나 민이AB가 되는거군요 ㅎㅎㅎ
해외마케터2 : 근데... 또 B형이면 어쩌죠?
다른 팀 개발자 : Rh+,Rh-로 구별...그도 안되면 MNSs, Duffy, Kidd, Kell, Lewis, 바디바바디바, 밀텐버거식 등 찾아내서...혈액형 구별법은 200가지나 된다고 하네요(...) 너무 나갔나(...)
타임앤테일즈 기획자 : 사회적 지위를 적용하는 것은 어때요??ㅋ <- 요즘. 게임에 사회적 지위 개념 도입을 검토중이다(편집자 주)
민이 : 아...이놈의 인기는... *-_-* 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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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해결을 하셨겠는가? A와 B?
어렵사리 해결했다고 흐뭇해하며 웹 프로그래머와 통화 한 후 나는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다.
웹 프로그래머 : 저…그게…웹 DB구조상 A, B 표기가 어렵겠습니다.
이처럼 모든 일이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임 기획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기획자들이 결정해야 할 사안들은 수십 가지씩이다. “능력치를 얼마로 설정할 것인가?”, “새로 들어간 시스템에서 제한은 어떻게 둘 것인가?”, “이벤트 지급 품목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등등…. 그러나 아무리 기획이 뛰어나도 프로그래머들이 난색을 표명하면 며칠간의 기획이 거품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간혹 최종 결정권자의 출신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기획자 출신들은 기획자들의 손을 들어 프로그래밍이 힘들지라도 강행하는 경우가 있고 프로그래머 출신들은 기획을 또 다시 새롭게 짜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결론인 즉 기획자와 프로그래머는 공생의 관계이며, 동시에 애증의 관계라는 것이다.

/㈜엔도어즈 김태곤 개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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