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시험공부 에피소드

C룸에서 노닥거리고 있는데,
사학과 친구가 들어오더니 말했습니다.
"어휴, 이번에 시험범위가 장난이 아니네,
무슨 시험범위가 책한권이냐" (사학과 책들은 책 한권이 5~600페이지 정도 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영문과 친구가 말했습니다.
"야, 그래도 넌 한글로 책 한권이지~ 난 영어로 책 한권이다!" (영문과 교재는 영어소설책이었습니다)

철학과인 제가 말했습니다.
"응, 나는 시험범위는 30쪽 밖에 안되는데,
한시간 동안 읽어서 겨우 반쪽 읽었어 ㅠ
영어책을 참조해서 읽는데도 무슨말인지 모르겠어ㅋ" 

기억이 맞다면, 아마 이 때 칸트를 읽었을텐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을 읽다 절망을 느꼈습니다.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시다면
아래 발췌글에 한 번 도전해보세요.

칸트보다는 쉬운 글인데요.

철학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이 절망을 느낄만한 글입니다.

들뢰즈의 글입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한 문단 발췌해왔습니다.

"만일 반복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자연법칙에 반하는 만큼이나 도덕법
칙에 반하여 성립한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도덕법칙을 전복하는
데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원리들로 향하는 상승의 길이다. 여기
서 법칙의 질서는 이차적이고 파생적인 질서로, 차용된 질서이자 '일반적
인' 질서로 부인된다. 법칙 안에서 비난받는 것은 어떤 본연의 힘을 우회
시키고 어떤 원천적인 역량을 참칭하는 이차적인 원리이다. 다른 하나는
거꾸로 하강의 길이다. 법칙은 그 귀결들로 내려갈수록, 과도할 정도로
완벽한 세심함을 기울여 복종할수록 전복되기 쉽다. 허위로 복종하는 영
혼이 법칙을 회피할 수 있고 법칙이 금지하는 것으로 간주된 쾌락들을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은 바로 법칙을 그대로 따른 덕분이다. 이것은 모
든 귀류법적 논증들에서, 또 절차를 어김없이 지킴으로써 마비 효과를 
가져오는 준법 파업들에서 볼 수 있다. 게다가 이것은 철저한 복종을 통
해 조롱의 효과를 낳는 마조히스트의 행동들 속에서도 볼 수 있다. 법칙
을 전도시키는 첫 번째 방식은 반어ironie이다. 반어는 원리들의 기술,
원리들을 향한 상승의 기술, 원리 전도의 기술로서 등장한다. 두 번째 방
식은 해학houmour이다. 이것은 귀결들을 이끌어내는 기술이자 하강의
기술, 계류(繫留)의 기술이자 추락의 기술이다. 반복이 이런 상승 못지않
게 계류에서 솟아난다면, 이는 마치 실존이 더 이상 법칙들에 의해 구속
되지 않게 되자마자 그 자체로 다시 시작되고 '되풀이되는' 것인 양 이해
되어야 하는 것일까? 반복은 해학과 반어에 속하는 사태이다. 반복은 
본성상 위반이고 예외이다. 반복은 언제나 법칙에 종속된 특수자들에 
반하여 어떤 독특성을 드러내며, 법칙을 만드는 일반성들에 반하여 항상
어떤 보편자를 드러낸다." 

<차이와 반복>, 질 들뢰즈, 민음사, 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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